연서하는 그 호출을 받았을 때,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왔네.”
예상했던 순간이었다. 피할 수 없는 자리. 하지만 이번에는 피할 생각이 없었다. 문 앞에 서자,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그 떨림을 스스로 눌렀다. 손가락에 힘을 주고, 숨을 한 번 고른 뒤, 그대로 문을 밀었다. 문이 열렸다. 안에는 소율한이 서 있었다. 이번에는 책상에 앉아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들어와라.”
연서하는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걸음은 조용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몇 걸음 남지 않은 지점에서 멈췄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짧지 않은 침묵이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어제와는 다른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분노만 남아 있던 공기가 아니었다. 그 안에, 아주 미묘하게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소율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 말 있나.”
연서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그 순간부터,
처음으로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조금씩—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조용히 울린 뒤, 방 안의 공기는 바깥과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창밖의 기척도, 복도의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 고요함 속에서 서로의 숨결만이 희미하게 느껴질 만큼 조용했다.
연서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가, 시선을 떨구지 않은 채 천천히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부터, 시선이 따라붙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시선. 소율한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다. 책상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서 있었고, 연서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 시선에는 어제와 같은 노골적인 분노는 없었지만, 대신 더 복잡하게 가라앉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앉아라.”
연서하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왕야.”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일부러 서두르지 않았고, 손끝의 떨림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동작 하나하나를 조절했다. 잠시 후,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침묵이라기보다, 서로가 말을 고르기 위해 시간을 두는 듯한 느낌에 가까웠다.
먼저 입을 연 건 소율한이었다.
“…어제 일은, 대강 보고를 받았다.”
그의 시선이 여전히 연서에게 머물러 있었다.
“출처도, 어떻게 퍼졌는지도.”
연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그래서 부른 거다.”
짧은 숨을 고른 뒤, 낮게 덧붙였다.
“다른 사람 말이 아니라, 네 입으로 듣고 싶어서.”
그 말은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확인하겠다는 말. 연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아닙니다.”
짧았지만 분명한 대답이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소율한은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짓을 찾으려는 시선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눈에 가까웠다.
“…”
짧은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하나 묻지.”
연서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감정이 실려 있었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바로 해명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대로 두면 더 커질 거라는 건… 너도 알고 있었을 거 아닌가.”
연서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말을 꺼냈다.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소율한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연서는 이어서 말했다.
“왕부 안에서 한 번 돌기 시작한 소문은, 누가 먼저 입을 열었는지보다 누가 더 믿기 쉬운지를 기준으로 굳어지니까요.”
잠깐 멈췄다. 그리고, 조금 더 또렷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왕야께서도,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었다. 믿지 않았을 거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판단을 내리고 있었을 거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소율한의 시선이 깊어졌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가.”
연서하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괜히 변명처럼 들릴 말을 먼저 꺼내는 게, 오히려 더 불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잠깐의 망설임 끝에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어차피 제 말 하나로 달라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왕야는, 그런 분이시니까요.”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공기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 소율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걸렸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
말을 꺼내려다, 잠시 멈췄다. 어제 복도에서의 장면이 스쳤다. 손목을 잡고 몰아붙이던 순간, 의심부터 먼저 내뱉었던 말들. 그리고—
지금.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은 연서하가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내뱉은 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소율한은 시선을 잠깐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그녀에게로 가져왔다.
“…내가 그렇게 보였나.”
낮은 목소리였다. 연서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한 뒤, 조용히 말했다.
“아닙니다.”
그리고 이어서 덧붙였다.
“다만… 그렇게 판단하셔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대답이었다. 도망치지도 않는 말이었다. 소율한의 눈이 더 깊어졌다.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답은 충분히 들었다.
“…알겠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미가 달랐다. 의심을 거두겠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연서하는 그제야 아주 미세하게 숨을 내쉬었다.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연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돌아섰다. 문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들어올 때보다 더 안정된 걸음이었다.
문 앞에 섰을 때, 뒤에서 다시 이름이 불렸다.
“연서하.”
연서하는 멈춰 섰다. 천천히 돌아봤다. 소율한이 여전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시선을 두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일, 다시 생기지 않게 조심해라.”
겉으로는 경고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전과는 다른 결이 섞여 있었다.
“괜히 휘말리면, 이번처럼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연서하는 그 말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더 말하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복도를 걸어 나오며, 연서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넘겼다.”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넘긴 게 아니었다. 분명히— 무언가가 달라지고 있었다.
같은 시각.
소율한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필요 없는 말을 했군.”
작게 중얼거렸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사과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대응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연서하.
그 이름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아직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