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칠해진 들보가 시야를 가득 채웠고, 얇은 비단 휘장이 바람도 없는데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스며들었다. 오래된 나무와, 은은하게 남은 향의 냄새.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
이질감이 먼저 느껴졌다. 무거웠다. 아니, 단순한 무게가 아니라 —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어딘가 어긋난 감각이었다.
천천히 손을 들었다. 희고 가는 손. 손목에는 옅은 멍이 남아 있었다. 차갑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몸을 일으켜 앉았다. 탁자 위에 놓인 동경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뻗어 끌어당겼다.
그리고. 비쳤다. 낯선 얼굴이. 차갑고 단정한 윤곽.
날카롭게 떨어지는 눈매. 단단하게 다물린 입술.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에는, 오래 긴장해온 흔적이 스며 있었다. 웃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의 얼굴. 나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이 방도.
이 공기도. 그리고. 이 이름도. 연서하.
심장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내려앉았다. 소설 속 악녀. 결말에서 죽는 여자. 그리고 —
내가, 조금만 다르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람. 손이 떨렸다. 동경을 내려놓았다. 숨을 고르려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울음이 올라왔지만. 억눌렀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이야기의 끝을. 이대로 흘러가면 — 이 여자는 죽는다.
그렇다면. 바꾸면 된다.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된다. 누구도 해치지 않으면 된다.
살아남으면 된다.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넓었다. 화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차가웠다. 꽃 한 송이 없었고,
누군가 다녀간 흔적도 없었다. 온기가 없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도.
혼자였구나. 가슴 한쪽이 묘하게 저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려다봤다.
겹겹이 이어진 기와지붕. 그 위를 스치는 바람. 그리고 저 멀리. 가장 높은 전각 위에서, 깃발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저 안 어딘가에. 소율한이 있겠지. 아직은. 그는 나를 보지 않는다.
원작에서. 그가 연서하를 처음 ‘의식하는 순간’은 — 훨씬 뒤의 일이다. 지금의 나는.
그에게. 그저. 이름뿐인 정실부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
…괜찮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이야기의 끝을. 그리고.
그 끝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그것만으로. 지금은 충분하다. 나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입술을 다물었다. 일단. 살아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