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손 안의 핸드폰 화면만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눈이 따끔거리고 시야가 흐려졌는데도, 이상하게 손가락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음 화. 또 다음 화. 그리고 또, 다음.
소설 제목은 《황금가지》중국풍 고전 로맨스. 전장을 누빈 섭정왕 소율한과, 그의 오랜 연인 정여주의 사랑 이야기. 댓글창은 늘 시끄러웠다.
“이 커플 미쳤다.” “여주 너무 예쁘다.” “섭정왕 진짜 남자다.”
그 모든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나도 인정했다. 두 사람은, 잘 어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시선이 다른 한 사람에게 걸렸다. 연서하. 소율한의 정실부인.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완벽하게 미움받는 악녀. 정여주를 모함하고, 괴롭히고, 결국은 모든 죄를 뒤집어쓴 채 — 섭정왕의 칼에 죽는 여자.
독자들은 그 장면에서 환호했다. “속 시원하다.” “드디어 죽었다.” 나는 그 댓글들을 한참이나 내려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에 붙잡혀 있었다.
…이 사람.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
어머니는 일찍 죽었고, 아버지는 첩을 더 사랑했다. 연서하는 버려지듯 시골로 보내졌다. 그 어린 나이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불려왔다. 섭정왕가로. 무섭기로 유명한 남자에게 시집가야 할 사람이 울고불고 버티자, 그 자리를 대신 채우듯 끌려온 혼인. 그게 시작이었다.
왕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름만 정실. 자리는 비어 있었고, 마음은 처음부터 다른 여자에게 가 있었다. 연서하는 그 안에서도 혼자였다. 끝까지. 그러다 소진서 세자를 만났다.
처음으로 — 자기 편인 척해준 사람. 처음으로 — 손을 내밀어준 사람. 그래서 믿었다. 그래서 기대었다.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결국. 살아남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죽었다.
죽기 직전. 살려달라고 말했다. 소진서는 외면했고, 소율한은 망설임 없이 칼을 들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한참이나 멈춰 있었다. 숨이 막힌 것처럼.
이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편이 한 명도 없었구나.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어두운 천장을 바라봤다.
“…조금만 다르게 살았으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눈이 감겼다. 그리고. 다시 떴을 때. 천장이 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