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부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연서하는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몸은 회복되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의금부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깊게 남았다. 밤이면 잠이 쉽게 들지 않았고, 아무 이유 없이 숨이 가빠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소처럼 걸었다. 왕부 안채의 아침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신경이 곤두섰다. 시녀들의 발소리조차 조심스러웠고, 사람들의 시선은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연서는 걸음을 멈췄다.
괜히 멈춘 게 아니었다. 느낌이 왔다.
“…오겠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왕비마마.”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묘하게 식어 있었다. 연서는 천천히 돌아섰다.
정여주가 서 있었다. 오늘의 그녀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여전히 단정했고,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얇게 금이 간 듯한 느낌이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연서는 그녀를 잠깐 바라봤다. 피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정여주가 한 걸음 다가왔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전보다.
“…단둘이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요.”
연서는 짧게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두 사람은 사람이 거의 없는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햇빛이 반쯤 들어와 있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애매한 공간. 지금 상황과 닮아 있었다. 잠깐의 침묵. 먼저 입을 연 건 정여주였다.
“요즘… 편해 보이세요.”
연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정여주가 이어 말했다.
“왕야께서 많이 신경 써주시네요.”
그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 연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보이나요.”
“네.”
짧은 대답이었다. 그리고— 정여주가 한 발 더 다가왔다. 거의 맞닿을 듯한 거리.
“…부럽네요.”
그 말과 동시에, 웃음이 사라졌다. 공기가 식었다.
“연서하.”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호칭 없이. 연서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여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자리.”
잠깐 멈췄다.
“…원래 제 자리였어요.”
연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정여주의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왕야는 원래 저를 봤어요.”
“…항상.”
그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집착도.
“그런데.”
고개가 아주 조금 기울어졌다.
“…왜 당신을 보죠?”
숨기지 않은 감정이었다. 연서는 잠깐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
“…저도 모릅니다.”
정여주의 눈이 번쩍 들렸다.
“…모른다고요?”
“네.”
연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아무것도 한 적 없습니다.”
그 말이 더 자극이 됐다. 정여주의 숨이 흔들렸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게 더 문제예요.”
목소리가 점점 올라갔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사람이 바뀌어요?”
“그 사람이 당신을 봐요?”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감정이 드러났다. 처음으로. 연서는 그걸 그대로 받아냈다. 피하지 않았다.
정여주가 낮게 말했다.
“…당신, 연기하고 있는 거죠.”
짧은 침묵. 연서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그렇게 보이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부정도 아니고 인정도 아닌 말. 정여주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무너졌다.
“…왜.”
작게 나왔다.
“…왜 당신이에요.”
연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여주 씨.”
시선이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 마음은—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정여주의 표정이 완전히 깨졌다.
“…웃기지 마.”
감정이 터졌다.
“그 사람은 원래—”
숨이 끊겼다.
“…내 거였어.”
그 순간.
“그만해라.”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 소율한이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여주의 얼굴이 굳었다.
“…왕야…”
소율한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여기서 할 말이 아니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선이 분명했다. 정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죄송합니다.”
작게 말했다. 하지만 손이 떨리고 있었다. 소율한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옮겼다.
연서에게.
“…괜찮으냐.”
이번에는 분명한 확인이었다. 연서는 잠깐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소율한의 눈이 아주 잠깐 머물렀다. 그녀의 얼굴, 눈, 숨. 확인하듯. 그리고—
돌아섰다.
“…정여주.”
이름을 불렀다. 정여주의 몸이 굳었다.
“선은 지켜라.”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선이었다. 소율한은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갔다.
정여주는 그 자리에 남았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연서는 잠깐 그녀를 봤다. 말하지 않았다.
위로도, 비난도 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쳤다. 복도를 걸어 나왔다.
심장이 아직 조금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같은 시각.
소율한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는 헷갈리지 않았다. 누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도.
“…이제는.”
작게 중얼거렸다.
“돌아갈 생각 없다.”
그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