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의 연회장은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황후의 생신연이라는 이름답게 붉은 비단과 금 장식이 시선을 압도했고, 은은한 향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음악은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고, 대신들과 귀족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잔을 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자리였다.
그러나 연서하는 그 완벽함 속에서 어딘가 어긋난 기류를 느끼고 있었다. 오늘 연회에 쓰이는 술은 왕가에서 직접 준비한 것이었고, 그 책임은 그녀에게 있었다. 명예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칼날 위에 서 있는 것과 다름없는 자리였다.
연서는 잔을 들지 않았다. 그저 앞에 놓인 술을 조용히 바라봤다. 색도, 향도,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불길했다. 소율한의 시선이 한 번 그녀를 스쳤다. 짧았지만 가볍지 않았다. 의심이 완전히 걷힌 눈은 아니었다.
그 옆에 앉은 정여주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모르는 사람처럼, 하지만 눈은 달랐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한 대신이 잔을 들어올리며 웃었다.
“왕야, 오늘 술이 참 좋습니다.”
가볍게 말한 뒤, 아무런 의심 없이 잔을 입에 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얼굴이 굳었다. 숨이 막힌 듯 입을 벌렸다가, 그대로 피를 토했다.
“컥—!”
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이 깨졌다. 몸이 앞으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연회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음악이 끊겼고, 말소리가 사라졌다. 누군가 외쳤다.
“독입니다!”
그 한마디로 모든 시선이 움직였다. 연서하에게 향했다. 정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란 표정, 당황한 눈빛,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충격만은 아니었다. 연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상황을 바라봤다.
술, 잔, 쓰러진 위치, 그리고 지금 흐르고 있는 공기까지. 너무 완벽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흐름이었다. 그때,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연회장을 눌렀다.
“모두 움직이지 마라.”
소율한이었다. 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눈이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의관 불러라.”
짧게 명령을 내린 뒤, 시선이 천천히 돌아갔다. 연서하에게 향했다. 그 눈에는 분명히 분노가 담겨 있었다.
“술은 누가 준비했지.”
조용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으니까. 연서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제가 준비했습니다.”
담담하게 말했다. 연회장 안에서 웅성거림이 퍼졌다. 소율한의 눈이 더 깊어졌다.
“설명해라.”
짧지만 무거운 말이었다. 연서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했다.
“지금 상황만 보면, 제 책임으로 보일 겁니다.”
정여주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연서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짧고 분명한 말이었다. 소율한이 바로 물었다.
“증명할 수 있느냐.”
망설임 없는 질문이었다. 연서는 잠깐 침묵했다가 조용히 답했다.
“…지금은 아닙니다.”
그 순간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누군가는 확신했고, 누군가는 기대했고, 누군가는 기다리고 있었다. 소율한의 눈이 완전히 식었다.
“그럼—”
그가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연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신.”
모든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모였다. 연서는 천천히 말했다.
“왕야께서 직접 조사하십시오.”
조용했지만 또렷한 목소리였다.
“이 술이 어디서 시작되어 누구 손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한 단계도 빠짐없이 확인해 주십시오.”
소율한의 눈이 가늘어졌다. 연서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나오면, 그때 벌을 받겠습니다.”
연회장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변명도 아니었고, 회피도 아니었다. 정면이었다. 소율한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연서하를 바라봤다. 길게.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 여자가 거짓을 말하는지,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지.
연회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누군가는 시선을 거두었고, 누군가는 더 깊게 바라봤다. 그리고 멀리서, 소진서는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연회장은 숨이 막힐 듯 고요해졌다. 방금 전까지 울리던 음악은 완전히 멈췄고, 바닥에 쓰러진 대신의 피가 붉게 번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로 모였다. 연서하.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이미 결론이 난 듯한 공기였다. 금위군이 움직였다. 망설임이 없었다.
“왕비마마를 연행하라.”
연서는 도망치지 않았다. 변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그 순간,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연회장을 눌렀다.
“멈춰라.”
소율한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눈이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금위군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고, 임금의 시선이 그에게 떨어졌다.
“섭정왕, 지금 무슨 뜻이냐.”
소율한은 짧게 숨을 고르고 말했다.
“이 일, 제가 맡겠습니다.”
연회장이 다시 조용해졌다.
“끝까지 조사하여 책임자를 밝혀내겠습니다.”
임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책임자가 왕비라면.”
잠깐의 침묵.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소율한은 망설이지 않았다.
“제가 직접 처단하겠습니다.”
그 말은 피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
“그와 동시에, 제 자리 또한 내려놓겠습니다.”
연회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섭정왕이 스스로 자리까지 내놓겠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임금이 그를 한동안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좋다.”
짧은 허락이었다.
“그 대신 그 전까지는 왕비를 의금부에 하옥한다.”
“왕실 의금부에서 조사한다.”
결정이었다. 더 이상 물릴 수 없는. 금위군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연서의 양옆에 섰다. 연서는 그제야 시선을 들어 소율한을 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것이 오갔다. 말은 없었지만, 묻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었다.
소율한이 가까이 다가왔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그의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반드시 밝혀낸다.”
잠깐 멈췄다.
“너는 단단히 마음먹고, 몸부터 챙겨라.”
연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금위군이 그녀를 데리고 돌아섰다. 붉은 기둥 사이를 지나, 긴 회랑을 따라.
그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소율한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손을 쥐었다가, 천천히 풀었다. 눈이 완전히 식어 있었다. 이제 물러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틀이 지났다.
왕실 의금부의 깊은 곳, 빛이 거의 들지 않는 방 안에서 연서는 앉아 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달랐다.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었고, 입술은 마른 채였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문이 열렸다. 노크는 없었다. 연서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
소율한이었다. 그는 한 걸음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이 먼저 움직였다.
연서를 훑었다. 손, 어깨, 얼굴. 그리고— 멈췄다.
너무 마른 얼굴에서. 그 순간, 아주 짧게 그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바로 가라앉았다. 연서는 천천히 일어났다.
“…왕야.”
소율한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더 빨랐다.
“…이게 뭐냐.”
낮게 물었다. 연서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소율한의 턱선이 굳었다.
“이틀이다.”
조용히 말했다.
“이틀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되느냐.”
연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소율한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거리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밥은 먹었느냐.”
연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대답이었다. 소율한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조사는 내가 맡고 있다.”
연서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곧 방향이 나온다.”
짧게 이어졌다.
“그 전까지는—”
잠깐 멈췄다.
“…버텨라.”
명령처럼 들렸지만, 아니었다. 연서는 조용히 그를 봤다.
“…믿어도 됩니까.”
작은 목소리였다. 소율한의 눈이 깊어졌다.
“이미.”
짧게 말했다.
“…믿고 있다.”
그 말은 흔들림이 없었다. 연서의 숨이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주 조금, 긴장이 풀렸다.
소율한이 몸을 돌렸다.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췄다.
“…몸부터 챙겨라.”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이대로면—”
잠깐 멈췄다.
“…조사 끝나기 전에 쓰러진다.”
문이 열리고, 다시 닫혔다. 연서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 채. 그리고 아주 천천히, 벽에 기대 앉았다.
“…진짜네.”
작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왕실 의금부의 밤은 유난히 길었다. 횃불은 꺼지지 않았지만 빛은 닿지 않는 곳이 더 많았고, 복도는 조용했지만 완전히 고요하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기척이 끊이지 않았다.
연서는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든 것은 아니었다. 머릿속이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더 피곤한 상태였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노크는 없었다. 연서는 눈을 떴다. 낯선 기척이었다. 소율한이 아니었다.
문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는 순간, 연서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식었다. 소진서였다. 그는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의금부라는 장소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듯, 오히려 익숙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런 곳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연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봤다.
소진서는 잠깐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연서에게 고정했다.
“…생각보다 더 버티고 계시네요.”
가볍게 말했지만, 평가였다. 연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죠.”
짧은 질문. 소진서가 웃었다.
“세자입니다.”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는 듯.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거리감이 조금 좁아졌다.
“왕야께서 꽤 신경을 쓰고 계시더군요.”
연서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소진서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이틀 사이에 의금부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원래라면—”
잠깐 멈췄다.
“이미 반쯤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았을 텐데.”
연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봤다. 소진서가 고개를 기울였다.
“…믿으십니까?”
“누굴요.”
“섭정왕을.”
직접적인 말이었다. 연서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믿고 있습니다.”
짧고, 흔들림 없는 대답. 소진서의 웃음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하지만 곧 다시 풀렸다.
“…그렇군요.”
그리고 더 낮게 말했다.
“하지만.”
“그분도 결국은 사람입니다.”
연서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킬 수 없는 걸 지키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잠깐 멈췄다.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그건 흔들기였다. 의도적인. 연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요.”
짧게 말했다. 소진서가 눈을 맞췄다.
“지금이라도 방법은 있습니다.”
“저에게 오시면 됩니다.”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이 일, 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증거도, 흐름도.”
“필요하다면—”
조금 더 낮게.
“모두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연서는 가만히 들었다.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대신.”
소진서의 눈이 더 깊어졌다.
“…제 사람이 되셔야겠죠.”
정적. 짧지만 무거운 침묵. 연서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제가 거절하면요.”
소진서가 웃었다.
“…그럼.”
“지금 상태 그대로 가시겠죠.”
그 말은 협박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연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럴 일 없습니다.”
소진서의 눈이 멈췄다.
“전.”
연서는 그를 똑바로 봤다.
“…이미 선택했습니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명확했다. 소진서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이번에는 숨기지 못했다.
“…섭정왕입니까.”
연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짧은 침묵.
그리고— 소진서가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부드럽지 않았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끝까지 가보시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에 손을 얹고, 잠깐 멈췄다.
“…왕야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혔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연서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조용한 숨이 흘렀다. 이제— 물러설 수 있는 길은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