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이사님의 첫사랑은 나였다

09화 · 전체 23

"자꾸 다가오는 사람"

글 · 힐링아무

합작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제갈도진은 디자인팀에 들르는 일이 눈에 띄게 잦아졌다.

"채령 씨, 이번 시안 관련해서 잠깐 시간 될까요?"

그가 자연스럽게 채령의 자리로 다가와 물었다.

"…네, 잠시라면."

채령이 조심스레 답하며 자료를 챙겼다. 회의실로 향하는 짧은 순간에도, 제갈도진은 업무 얘기 외에 이런저런 사적인 화제를 슬쩍슬쩍 끼워 넣었다.

"주말엔 보통 뭐 해요?"

"…그건 이번 시안이랑 관련 없는 질문 같은데요."

"그냥 궁금해서요. 채령 씨는 뭘 좋아하나 하고."

제갈도진이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 채령은 그 웃음이 매번 불편했지만, 업무 파트너로서 대놓고 선을 긋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며칠 사이, 이런 일이 반복됐다. 우연을 가장한 마주침, 업무를 핑계로 한 대화 요청, 그리고 그때마다 슬쩍 끼어드는 사적인 질문들.

"채령 씨, 커피 한잔할래요? 아이디어 회의 겸."

"저 지금 다른 일정이 있어서요."

"그럼 다음에라도."

제갈도진은 거절을 당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 여유로운 태도가, 채령에게는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한번은 퇴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가 자연스럽게 그녀 옆에 서며 말을 걸었다.

"오늘도 늦게까지 일하네요."

"…네, 마감이 있어서."

"저도 오늘 늦게까지 있을 건데, 혹시 끝나고 저녁이라도."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어서요."

채령이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제갈도진은 별다른 동요 없이 옅게 웃었다.

"그래요. 다음엔 시간 맞춰볼게요."

그가 여유롭게 답하며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채령은 그 뒷모습을 보며, 이 상황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명확하게 선을 그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그 태도가 오히려 더 불편했다.

'…이 사람, 대체 뭘 원하는 거지.'

그날 오후, 회의실 유리창 너머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백결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저 자식, 진짜 정도가 있지."

옆에 있던 태오가 슬쩍 눈치를 살폈다.

"진정해. 그냥 업무 얘기하는 걸 수도 있잖아."

"업무 얘기치고는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사적인 거 아니야?"

백결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회의실 안에서 채령이 난처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모습이, 그의 눈에는 유독 크게 들어왔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야, 너 지금 가면 딱 티 나는데."

태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결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의실을 나서던 제갈도진과 복도에서 마주친 백결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도진아."

"어, 오랜만이네. 방금 채령 씨랑 프로젝트 얘기 좀 했어."

제갈도진이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 그 태연한 태도가, 백결의 신경을 더 긁었다.

"업무 얘기라기엔, 너무 자주 채령이 붙잡고 다니는 것 같은데."

"뭐, 같은 프로젝트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그런 식으로 둘러대지 마.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나도 대충 알거든."

백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제갈도진은 그 반응이 흥미롭다는 듯 옅게 웃었다.

"…왜, 질투 나?"

"…"

백결은 대답 대신 그를 노려봤다. 부정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채령 씨한테 관심 있어. 능력 있고, 성격도 좋고. 네가 왜 그렇게 마음에 담아뒀는지 알 것 같더라고."

제갈도진의 담담한 고백에, 백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 관심, 지금 당장 접어."

"그건 내 마음이지, 네가 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채령이는 내 사람이야.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다가가지 마."

백결의 단호한 경고에, 제갈도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여유롭게 웃었다.

"글쎄, 그건 채령 씨 마음에 달린 거 아닐까. 나는 그냥, 정정당당하게 다가가는 것뿐인데."

"정정당당? 이미 남자친구 있는 사람한테 이러는 게?"

"연애 중이라고 해서 마음이 완전히 정해진 건 아니잖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고."

제갈도진의 태연한 대답에, 백결의 눈빛이 더 서늘해졌다.

"…끝까지 이럴 생각이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 거야."

"참을 필요 없어. 나도 진심이니까. 오히려 그게 더 공평한 거 아닐까? 서로 정정당당하게 부딪혀보는 거."

그 말을 남기고, 제갈도진은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백결은, 주먹을 꽉 쥔 채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저녁, 채령은 유독 말이 없는 백결의 모습에 걱정스레 물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해?"

"…아니야,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닌 얼굴이 아닌데."

채령의 채근에, 백결은 결국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진이가 자꾸 채령이한테 접근하는 거, 나도 알고 있어. 근데 그거 보고 있는 게 생각보다 힘드네."

"…그거 때문에 그런 거였어?"

"어. 솔직히 질투도 나고, 화도 나. 근데 채령이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백결의 솔직한 고백에, 채령은 옅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나 그 사람한테 눈곱만큼도 관심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알아. 근데 이런 감정이 드는 거 자체가, 나도 어쩔 수가 없더라고."

"그럼 그냥 솔직하게 질투 난다고 말해. 나 오히려 그런 모습 좋은데."

채령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백결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다음부턴 참지 않고 바로 말할게. 질투 나면 질투 난다고."

"응, 그래줘."

"근데 채령아, 도진이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이제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백결의 목소리에 낮은 결의가 서렸다.

"…어떻게 하려고?"

"일단은 확실하게 경고했어. 근데 그래도 계속 저러면, 회사 차원에서라도 선을 그을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렇게까지 해야 돼?"

"채령이가 불편해하는 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이유야."

백결의 단호한 대답에, 채령은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스러웠다.

"근데 그 사람,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던데."

"…나도 알아. 근데 그렇다고 채령이가 계속 불편해하는 걸 두고 볼 순 없잖아."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은 채, 다가올 갈등에 대한 불안을 잠시나마 함께 나눴다. 창밖으로 저무는 노을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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