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이사님의 첫사랑은 나였다

06화 · 전체 23

"우리 사이"

글 · 힐링아무

월요일 아침, 채령은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주말 사이 있었던 일이 아직도 꿈처럼 느껴져서, 몇 번이고 핸드폰 속 메시지창을 다시 확인했다.

**"잘 잤어?"**

**"오늘 출근길 조심해서 와."**

백결에게서 온 아침 인사에, 채령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회사에서 마주치는 그와, 이렇게 사적으로 다정한 메시지를 보내는 그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아직도 낯설고 신기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채령을 가장 먼저 반긴 건 하린이었다.

"야, 너 얼굴에 티 나.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어떻게 알았어?"

"안 봐도 알지. 표정부터가 다르잖아."

채령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린에게 주말의 일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하린은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헐, 대박! 그러니까 십 년 전부터 서로 짝사랑했었다는 거지? 이거 완전 드라마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

"축하해, 진짜. 근데 이제 회사에서 이사님 대하는 것도 좀 달라지겠네?"

하린의 말에 채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기는 이른 관계였다. 사내 연애, 그것도 후계자와의 관계라는 게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비밀이야. 근데 너한테는 말 안 할 수가 없었어."

"당연히 비밀 지켜줄게. 근데 좋겠다, 진짜."

하린이 부러운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근데 채령아, 이제 진짜 실감 나? 이사님이랑 사귄다는 게."

"…솔직히 아직도 얼떨떨해. 근데 좋아, 진짜 좋아."

채령이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그 모습에 하린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너 그렇게 웃는 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보기 좋다."

"그래? 나도 요즘 내가 좀 낯설어. 원래 이렇게 잘 웃는 사람 아니었는데."

"사랑이 그런 거지, 뭐."

하린이 장난스레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소곤거리며 웃음을 나눴다.

그날 오후, 회의 자료를 전달하러 임원실에 들른 채령은 마침 자리에 있던 백결과 마주쳤다. 문이 닫힌 사무실 안, 두 사람만의 공간이었다.

"…이사님."

"여기선 그렇게 안 불러도 되는데."

백결이 옅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래도 회사인데."

"문 닫혀 있잖아."

그가 장난스레 말하며 그녀의 손을 슬쩍 잡았다. 채령이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니까 잠깐만."

백결이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짧은 포옹이었지만, 채령은 그 온기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주말에 있었던 일, 아직도 꿈같아."

채령이 그의 품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근데 이제 진짜니까, 계속 이렇게 있자."

백결의 담담한 대답에, 채령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결아, 이렇게 회사에서 갑자기 다정해지면 나 진짜 일에 집중 못 할 것 같은데."

채령이 그의 품에서 살짝 떨어지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럼 집중 안 해도 돼. 오늘은."

"그건 안 되지. 나 신입인데."

"신입이 이사한테 이렇게 예쁨받는 거, 흔한 케이스 아닌 거 알지."

백결이 장난스레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 채령은 얼굴을 붉히며 그의 손을 슬쩍 밀어냈다.

"…누가 보면 큰일 나."

"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

두 사람은 그렇게 짧은 순간의 다정함을 나누고는,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퇴근 후, 두 사람은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지만, 둘만의 시간을 갖기엔 충분히 조용한 곳이었다.

"근데 결아."

채령이 문득 그를 불렀다. 처음으로 이름만 부르는 호칭이었다.

"…어, 왜."

백결이 살짝 놀란 얼굴로 답했다.

"이렇게 부르니까 이상해?"

"아니, 좋은데. 오히려 더 좋아."

그가 옅게 웃으며 답했다. 채령도 마주 웃으며, 그 새로운 호칭이 주는 편안함을 천천히 느꼈다.

"근데 우리, 이제 진짜 사귀는 거 맞지?"

"당연하지. 왜, 아직도 실감 안 나?"

"조금. 너무 갑작스럽게 다 이루어진 것 같아서."

"십 년 기다린 거치고는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백결이 담담하게 답하며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근데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채령이 조심스레 물었다.

"당분간은 조용히 가는 게 좋겠지.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기엔 이르니까."

"그치. 근데 계속 숨기는 것도 좀 불안하네."

"걱정하지 마. 때 되면 내가 다 정리할게. 우리 집안 쪽 문제도 포함해서."

백결의 담담한 대답에, 채령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집안 쪽 문제라니, 뭐 특별한 게 있어?"

"…그냥, 어른들 사이에 오가는 이런저런 얘기들. 크게 신경 쓸 건 아니야."

백결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채령은 그 대답에서 뭔가 미묘한 여운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걱정을 접어두고 싶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맞잡은 채, 오래도록 서로를 바라봤다. 각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그리움이, 이제야 온전히 채워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선 두 사람은, 채령의 집 근처까지 함께 걸었다. 골목 어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오늘도 데려다줘서 고마워."

"당연한 거야. 매일 이렇게 데려다주고 싶어."

백결의 담백한 말에, 채령은 옅게 웃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밤공기가 선선하게 두 사람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들어가기 아쉽다."

채령이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근데 오늘은 좀 더 있다 갈까."

백결이 장난스레 웃으며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두 사람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결아."

"응."

"오늘 되게, 행복했어."

"나도."

낮게 답하며, 백결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감쌌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깊이 입을 맞췄다. 처음보다 한층 더 깊고 애틋한 입맞춤이었다. 채령도 그 마음에 화답하듯, 그의 옷깃을 살며시 붙잡았다.

한참 후, 입술이 떨어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이마를 맞댄 채 옅게 웃었다.

"…이제 진짜 들어가야겠다."

채령이 아쉬운 듯 속삭였다.

"그래. 잘 자, 채령아."

"응, 결이도 잘 자."

백결은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후에야, 발걸음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같은 시각, 채령이 모르는 곳에서는 이미 다른 흐름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회사 최상층 임원 접견실에서, 회장 비서실을 통해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백결의 아버지가 받고 있었다.

"…유설 양 쪽에서, 조만간 인사드리러 오고 싶다고 하십니다."

비서의 보고에, 회장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라고 해. 안 그래도 슬슬 만나야 할 때가 됐지."

"결이 도련님께는 따로 말씀 안 하십니까?"

"…알아서 하겠지. 근데 이번엔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할 것 같으니, 자리는 마련해둬."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물러났다. 회장은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 집안 사이에 오래전부터 오갔던 이야기가, 이제 슬슬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두 사람의 행복 뒤에서 예정된 만남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0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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