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있었던 다음 날, 유설은 극도의 불안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경찰 신고 얘기가 나왔다는 소문이 이미 그녀의 귀에까지 들어와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그녀는 결국 제갈도진에게 연락했다.
"…도진아, 우리 이제 어떡해. 경찰까지 움직이면 큰일 나잖아."
"진정해. 증거만 없으면 문제 될 거 없어."
제갈도진의 여유로운 목소리에, 유설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진정하라고? 지금 나만 그 자리에 있었잖아! 너는 뒤에서 편하게 지켜보기만 하고!"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내가 현장에 있었으면 오히려 더 의심만 샀을 거야."
제갈도진의 담담한 대답에, 유설은 처음으로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너, 진짜 나를 이용만 한 거였네."
"이용이라니, 서운하게. 우리는 서로 원하는 게 있어서 손잡은 거잖아."
"…근데 지금 이 상황에서, 위험은 나 혼자 다 짊어지고 있잖아!"
유설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약물도, 감금도, 다 내가 직접 손댄 일이야. 너는 지시만 하고 뒤에 숨어있었고. 이게 나중에 밝혀지면, 처벌받는 것도 나 혼자일 거 아니야."
"…그건 네가 자원한 거잖아. 나보고 어쩌라고."
제갈도진의 차가운 대답에, 유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껏 그를 믿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새삼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래서, 뭘 어쩌고 싶은 건데."
"…모르겠어. 근데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전화를 끊은 유설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가면,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쓰게 될 게 뻔했다.
그날 오후, 유설은 홀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집안 전체가 흔들릴 게 분명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 자신의 앞날은 물론 가문의 명예까지 걸린 문제였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해.'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계산을 거듭했다. 이대로 침묵을 지키면, 결국 도진과 함께 같은 죄목으로 몰릴 게 뻔했다. 하지만 먼저 손을 쓴다면, 적어도 자신의 책임만은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터였다.
'…선수를 쳐야 해.'
고심 끝에, 그녀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했다. 백결에게 직접 연락을 취한 것이다.
"…나 좀 만나줄 수 있어? 할 얘기가 있어서."
백결은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하려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른 절박함을 느끼고 결국 마주 앉기로 했다.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딱 십 분만 들어줄게."
백결의 냉랭한 대답에도, 유설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조용한 카페, 유설은 초췌한 얼굴로 백결 앞에 앉아 있었다.
"…할 얘기가 뭐야."
백결이 차갑게 물었다. 유설은 잠시 망설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번 일, 다 나 혼자 계획한 거 아니야. 도진이가 주도했어. 표절 의혹도, 이번 약물 사건도, 전부 다."
뜻밖의 고백에, 백결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 얘기를 왜."
"…이대로 가면 나만 다 뒤집어쓰게 생겼으니까. 도진이는 뒤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했고, 위험한 일은 전부 내가 떠맡았어. 나만 이렇게 당할 순 없잖아."
유설의 솔직한 속내에, 백결은 순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반성이라기보다는, 명백한 자기 보신이었다.
"…채령 씨 아버지 얘기 캐낸 것도, 도진이가 조사한 거야. 나는 그냥,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고."
"…그 말을 지금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
백결의 목소리가 여전히 서늘했다.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근데 이건 사실이야. 그리고 이 말 하는 것도, 도진이가 알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유설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났다. 그건 죄책감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의 안위를 향한 걱정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어차피 이대로 가면 나도 끝이야. 그럴 바엔, 도진이 혼자 더 크게 책임지게 만드는 게 나한테는 이득이니까."
유설의 냉정한 계산에, 백결은 실소를 흘렸다. 끝까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태도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짜처럼 들렸다.
"…근데 왜 하필 나한테 와서 이런 얘기를 해. 그냥 변호사 찾아가서 자수하면 되는 거 아니야?"
백결이 날카롭게 물었다.
"그러면 나 혼자만 처벌받잖아. 너를 통해서 이 얘기가 나가야, 채령 씨 쪽에서도 합의를 고려해줄 여지가 있을 거고, 도진이한테는 더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까."
유설의 계산적인 대답에, 백결은 오히려 그 솔직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끝까지 이기적이네."
"그래, 이기적이야. 근데 적어도 지금은, 솔직하게 말하고 있잖아."
유설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결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할게."
"…뭔데."
"도진이, 진짜 조심해. 나는 그냥 너를 흔들고 싶어서 손잡은 거였는데, 그 자식은 달라. 채령 씨한테 진짜 마음이 있어. 그것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유설의 목소리가 드물게 진지해졌다.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다고 느끼면, 그 자식은 더 집요해지는 타입이야. 거절당할수록 오히려 더 갖고 싶어 하는 성격이거든. 채령 씨, 잘 지켜. 나 같은 견제랑은 차원이 다를 거야."
경고에 가까운 그 말에, 백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구체적으로."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근데 이번 일로 확실히 느꼈어. 그 자식, 이제 나랑 손잡을 이유도 없어졌으니, 앞으로는 자기 방식대로 직접 움직일 거야."
유설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 카페를 나섰다. 홀로 남은 백결은, 그녀의 마지막 경고가 남긴 무게에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채령이를 더 확실하게 지켜야겠어.'
"…경찰 조사에서, 이 얘기 그대로 증언할 수 있어?"
백결의 물음에, 유설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나 혼자 다 뒤집어쓰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한 가지만 물을게. 진짜로 채령이 아버지 뒷조사, 도진이가 다 한 거야?"
"어. 나는 정보를 전달받았을 뿐이고, 조사도 협박 전화도 다 도진이가 직접 했어."
유설의 대답에, 백결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변호사 통해서 정식으로 진술서 받을 거야. 준비하고 있어."
"…그래."
유설은 짧게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페를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처음으로 초라함이 묻어났다.
같은 시각,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사무실에 있던 제갈도진은, 다음 계획을 조용히 구상하고 있었다.
'…유설이 저러다 무너지면 곤란한데.'
그는 문득 핸드폰을 꺼내 유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하루 종일 연락이 없네. 무슨 일 있어?"**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제갈도진은 그 침묵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동맹이 이미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일만 넘기면, 다시 채령 씨한테 접근할 기회가 생기겠지.'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집착이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