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이사님의 첫사랑은 나였다

17화 · 전체 23

"제때 온 사람"

글 · 힐링아무

태오가 벌컥 문을 열어젖히자, 소파에 나란히 누운 백결과 유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태오의 낮은 목소리에, 유설이 순간 당황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태, 태오 씨."

"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 백결이 멀쩡하게 있다가 왜 이런 상태로."

태오가 다급히 백결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의식이 흐릿한 채로, 백결은 힘겹게 눈을 뜨려 애쓰고 있었다.

"…태오야."

"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음료에, 뭔가 탄 것 같아."

백결이 힘겹게 내뱉은 말에, 태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곧바로 유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설마, 당신이 한 짓이야?"

"저는, 그냥 결이가 쓰러질 것 같아서 부축해준 것뿐이에요."

유설이 애써 변명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이미 짙은 동요가 묻어 있었다.

"…그 말을 믿으라고? 지금 이 상황을 누가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태오가 단호하게 몰아붙였다. 유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이 휴게실 앞, 당신 비서가 서성이고 있던데.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하지 않아?"

태오의 날카로운 지적에, 유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 안 그러면 경호팀 불러서 이 상황 그대로 보고할 거야."

태오의 단호한 경고에, 유설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태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백결을 부축했다.

"…조금만 버텨. 곧 의무실로 옮길 거야."

"…채령이는. 채령이 어디 있어."

의식이 흐릿한 와중에도, 백결은 계속해서 채령을 찾았다. 그 절박한 모습에, 태오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금방 찾을게.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좀 쉬어."

태오는 곧바로 경호팀을 불러 백결을 의무실로 옮기게 했다. 그리고 상황을 정리하는 동안, 문득 채령이 떠올랐다.

'…채령 씨는 어디 있지?'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봤지만,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았다. 불안한 예감에, 태오는 곧바로 하린에게 연락했다.

"…네? 채령이가 연락이 안 된다고요?"

하린도 당황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도 방금 알았어요. 혹시 마지막으로 어디 간다고 했는지 아세요?"

"아까 팀장님이 창고에 자료 가지러 보냈다고 들었는데."

하린의 말에, 태오는 곧바로 행사장 인근 창고로 향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안쪽에서 희미하게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채령 씨! 안에 있어요?"

"…태오 씨?! 저 여기 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채령의 다급한 목소리에, 태오는 서둘러 경비실에 연락해 문을 열게 했다. 문이 열리자, 손목이 묶인 채 창백한 얼굴을 한 채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아요?"

태오가 급히 그녀의 손목을 풀어주며 물었다.

"…네, 괜찮아요. 근데 결이는요? 결이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에요?"

채령이 다급하게 물었다.

"의무실에 있어요. 약물에 취한 것 같은데, 큰일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의사가 보고 있어요."

"…약물이요?"

채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세한 건 가서 얘기해요. 일단 빨리 가봅시다."

채령이 몸을 일으키던 순간, 창고 밖 복도 저편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제갈도진이었다. 그는 이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저 사람이 여긴 왜.'

채령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신을 가둔 게 유설의 짓만이 아니라, 그 뒤에 제갈도진이 있었다는 확신이 스쳤다. 그의 눈빛에서,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뭔가 더 짙은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그래요?"

태오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복도를 살폈지만, 이미 그 실루엣은 사라진 뒤였다.

"…아니에요. 일단 결이한테 가요."

태오의 재촉에, 채령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의무실에 도착했을 때, 백결은 이미 어느 정도 의식을 회복한 상태였다. 채령을 보자마자, 그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채령아."

"…결아!"

채령이 그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백결도 힘없이 그녀를 마주 안았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나는 괜찮아. 근데 너야말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살아있는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안도가 밀려왔다. 백결이 조심스레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정말 다행이다. 채령이 무사해서."

"나도, 결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채령이 그의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답했다.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가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나 창고에 갇혀 있었어. 유설 씨가 직접 와서, 오늘 하루만 조용히 있어달라고 했어."

채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간의 일을 털어놓았다. 백결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미리 다 계획된 거였네. 나 약 먹인 것도, 채령이 가둔 것도."

"응. 근데 결아, 나 아까 복도에서 도진 씨 봤어. 이거, 유설 씨 혼자 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채령의 말에, 백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역시, 그 자식도 관련 있었구나."

"…근데 그 사람 눈빛이, 뭔가 좀 이상했어. 그냥 지켜보는 게 아니라, 뭔가를 확인하는 것 같은 느낌?"

채령이 자신도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을 토로했다. 백결은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 자식, 진짜로 채령이한테 마음이 있는 걸 수도 있어. 그게 더 위험한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단순히 나를 방해하려는 거면 어느 정도 선에서 멈췄을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진짜로 원하는 게 있다는 거니까."

백결의 무거운 분석에, 채령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번엔, 진짜 못 참아."

백결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가운 결의가 서려 있었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이건 명백한 감금, 약물 사용 범죄야. 더는 봐줄 이유 없어."

채령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싸움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17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