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이사님의 첫사랑은 나였다

13화 · 전체 23

"드러난 진실"

글 · 힐링아무

그날 밤, 백결과 태오는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표절 의혹의 원본 자료를 파고들었다.

"이거 봐봐."

태오가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이 해외 브랜드 시안, 원래 공개된 날짜가 이거였는데, 우리 쪽에 제보된 자료에는 날짜가 다르게 나와 있어."

"…조작됐다는 거야?"

"어. 파일 메타데이터까지 확인해봤는데, 최근에 수정된 흔적이 있어. 원본 공개일보다 채령 씨 시안 작업 시점이 훨씬 빨라."

태오의 설명에, 백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확실한 증거네."

"근데 이걸 누가 조작했는지까지 밝히려면 좀 더 파봐야 할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이미 알고 있어."

백결이 낮게 답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제갈도진의 얼굴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근데 백결아, 이거 상대가 상대인 만큼 조심해서 접근해야 해. 합작사 총괄이잖아. 잘못 건드리면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

태오가 걱정스레 말했다.

"알아. 근데 채령이가 이렇게까지 당했는데, 조심스럽게 갈 여유 없어."

백결의 단호한 대답에, 태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네 마음 알겠다. 근데 확실한 증거 들고 가는 거, 잊지 마. 감정적으로 부딪히면 오히려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어."

"걱정 마. 증거는 이미 충분해."

백결이 태블릿 속 자료를 다시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다음 날, 백결은 곧바로 제갈도진을 찾아갔다. 회사 한쪽 조용한 회의실, 두 사람만이 마주 앉았다.

"…원본 자료 조작한 거, 다 확인했어."

백결이 서류 하나를 그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갈도진은 잠시 그 서류를 훑어보다가, 옅게 웃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알아냈네."

"부정 안 하는 거 보니, 인정하는 거로 받아들일게."

"부정해봐야 의미 없잖아. 이미 확실한 증거를 들고 왔는데."

제갈도진의 여유로운 태도에, 백결의 눈빛이 더 서늘해졌다.

"…왜 이렇게까지 한 거야."

"글쎄. 재밌어서? 아니면, 진심으로 그 여자한테 관심이 있어서?"

"장난하지 마."

백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장난 아닌데. 나 원래, 원하는 건 확실하게 손에 넣는 성격이거든. 방법이 좀 지저분했던 건 인정할게."

제갈도진의 담담한 인정에, 백결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사람 인생을 이렇게 함부로 흔들어놓고, 그게 할 소리야?"

"미안하게 됐다는 말은 안 할게. 근데 이 정도로 무너질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네가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겠지."

제갈도진의 말에, 백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뒤틀린 논리였지만, 어딘가 반박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거, 그냥 넘어갈 생각 없어. 회사 차원에서도 정식으로 문제 삼을 거야. 계약 파기까지 각오해."

"그렇게 하면, 이번 합작 프로젝트 전체가 어그러질 텐데. 그래도 상관없어?"

제갈도진이 여유롭게 물었지만, 백결은 흔들리지 않았다.

"채령이한테 준 피해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백결의 단호한 대답에, 제갈도진은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옅게 웃으며 서류를 다시 그의 앞으로 밀었다.

"…좋아. 이번 건은, 내가 정리하지. 원본 자료, 정정할게."

뜻밖의 대답에, 백결은 순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

"…왜 갑자기 순순히 나오는 거야."

"순순히가 아니라, 계산이 그렇게 나온 것뿐이야. 이 증거를 네가 회사 밖으로까지 들고 나가면, 나도 골치 아파지거든. 그럴 바엔 내가 먼저 정리하는 게 나아."

제갈도진의 담담한 대답에는 조금의 죄책감도 묻어있지 않았다.

"…그게 다야? 사과할 생각은 없고?"

"사과?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나는 원하는 걸 위해 움직였고, 이번엔 운이 나빴을 뿐이야."

그의 태연한 태도에, 백결의 눈빛이 더 서늘해졌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낼 생각, 없는 거지."

"글쎄. 그건 나도 아직 몰라. 근데 확실한 건, 나는 원하는 걸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거야."

제갈도진이 여유롭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건은 내가 정리해줄 테니, 오늘은 이걸로 끝내자고."

그가 유유히 회의실을 나섰다. 홀로 남은 백결은, 방금 전 그의 마지막 말이 남긴 여운에 쉽게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대로 끝난 게 아니라는 확신이, 그의 머릿속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날 오후, 회사 전체에 정정 발표가 이뤄졌다. 채령의 시안이 표절이 아니며, 오히려 제보된 자료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채령아! 다 밝혀졌다며!"

하린이 뛰어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어. 방금 발표 났어. 다행이야, 진짜."

채령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며칠간 쌓였던 억울함과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거봐, 내가 뭐랬어. 네가 그럴 사람 아니라고 했잖아."

"고마워, 하린아. 네가 옆에서 계속 믿어줘서 버틸 수 있었어."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사무실 안의 시선들도, 이제는 의심 대신 미안함과 위로가 섞인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날 저녁, 백결과 채령은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을 함께했다.

"…고마워, 진짜. 끝까지 믿어줘서."

"당연한 거야. 채령이가 그럴 사람 아니라는 거,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백결의 담담한 대답에, 채령은 옅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근데 결아, 도진 씨한테 직접 찾아갔었다며. 괜찮았어?"

"어. 확실하게 짚고 넘어왔어. 다시는 이런 짓 못 하게."

"…근데 그 사람, 왜 그렇게 순순히 물러난 걸까? 뭔가 좀 찜찜한데."

채령이 조심스레 물었다. 백결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

"…나도 그게 좀 걸려. 순순히 나올 사람이 아닌데, 너무 쉽게 인정하고 발을 뺐어."

"혹시 다른 속셈이 있는 거 아닐까?"

"…모르겠어. 근데 일단은, 이번 위기는 넘겼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너무 앞서서 걱정하지 말고."

백결이 그녀를 안심시키듯 말했지만, 그 자신도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근데 유설 씨는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하지? 원래 더 적극적으로 나올 사람 같았는데."

채령의 물음에, 백결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게. 그것도 좀 이상하긴 해."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안심시키며, 다시 찾은 평온한 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이, 그리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같은 날 밤, 태오는 하린에게 축하 겸 저녁을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채령 씨 일 잘 풀린 거 축하할 겸, 저녁 어때요?"**

**"좋아요! 저도 마침 긴장 풀 겸 뭐라도 먹고 싶었는데."**

두 사람은 회사 근처 작은 술집에서 마주 앉았다.

"…솔직히 저 오늘 진짜 마음 졸였어요. 채령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저도 같이 힘들더라고요."

하린이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저도요. 백결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거, 오랜만에 봤거든요."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서로를 저렇게 걱정해주는 거 보면."

하린의 말에, 태오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하린 씨는, 이렇게 옆에서 챙겨주는 친구가 있어서 채령 씨가 참 든든하겠어요."

"에이, 저야 그냥 할 수 있는 거 하는 거죠. 태오 씨야말로, 백결 씨 위해서 이것저것 다 챙기시잖아요."

"저도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예요."

두 사람은 서로 닮은 대답에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이렇게 둘이 마주 앉아 술 마시는 것도, 은근 자주 있는 일이 됐네요."

하린이 문득 그 사실을 깨달은 듯 말했다.

"그러게요. 저도 딱히 의식 못 하고 있었는데, 벌써 몇 번째죠?"

"세어보진 않았는데, 꽤 되는 것 같아요."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어색함과 설렘이 동시에 스쳤다. 서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 만남이 단순한 우연 이상의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두 사람 모두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13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