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이사님의 첫사랑은 나였다

12화 · 전체 23

"의혹"

글 · 힐링아무

며칠 뒤, 평범한 오전이었다. 채령이 자리에 앉아 업무를 준비하던 중, 팀장이 다급한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

"채령 씨, 잠깐 회의실로 와줄래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채령은 서둘러 자료를 챙겨 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팀장뿐 아니라, 디자인 본부장까지 자리해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이번에 채령 씨가 제출한 신규 프로젝트 시안 말인데."

본부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태블릿 화면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

"이거, 혹시 본 적 있어요?"

화면에는 해외 브랜드의 광고 시안 하나가 띄워져 있었다. 채령이 제출했던 시안과, 구도와 색감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이건, 처음 보는 자료인데요."

채령이 당황한 얼굴로 답했다.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확실히 구도나 색채 배합이 자신의 시안과 유사했다.

"근데 지금 합작사 쪽에서, 채령 씨 시안이 이 자료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어요."

본부장의 말에, 채령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저는 정말 이 자료 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직접 구상하고 그린 시안이에요."

"저도 그렇게 믿고 싶은데, 이렇게 유사도가 높으면 회사 차원에서도 확인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어요."

본부장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과 곤란함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채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잠정적으로 배제될 거예요. 그리고 정식으로 표절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가 진행될 거고."

"…확인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소 몇 주는 걸릴 수도 있어요."

본부장의 대답에, 채령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 뭘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그 소식은 순식간에 회사 전체에 퍼졌다.

"디자인팀 신입사원, 표절 의혹 있다며?"

"이사님이랑 사귄다는 그 사람 맞지? 실력도 특혜로 인정받은 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좀 수상하다 싶었어. 어떻게 신입사원이 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맡았나 했더니."

지나가는 곳마다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채령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하린이 그녀 곁에 붙어 애써 위로했다.

"채령아, 이거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가 그럴 사람 아니라는 거, 나는 알아."

"…근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아."

채령의 목소리가 힘없이 가라앉았다.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이미 퍼진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럴수록 더 당당해야 돼. 네가 위축되면, 사람들은 더 의심할 거야."

하린의 말에 채령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들이, 하루하루 그녀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그날 오후, 백결은 상황을 보고받고 곧바로 채령을 찾아왔다.

"…괜찮아?"

"…모르겠어.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질 줄은 몰랐어서."

채령의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백결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직접 확인해볼게. 이거, 절대 그냥 넘어갈 일 아니야."

"…근데 이미 회사 사람들 다 알아버렸는데. 다들 나 이상하게 쳐다봐."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 진실이 밝혀지면 다 정리될 거야."

백결의 단호한 위로에도, 채령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혹시, 이것도 그 두 사람이 한 짓일까?"

채령이 조심스레 물었다. 백결의 표정이 순간 싸늘하게 굳었다.

"…거의 확실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확인할 건데?"

"일단 그 해외 브랜드 시안이 언제 처음 공개됐는지부터 확인해볼 거야. 채령이가 시안 작업한 시점이랑 비교하면, 표절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질 테니까."

"…만약 그 자료 자체가 조작된 거면 어떡해?"

채령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백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 원본 출처부터 하나하나 다 뒤져볼 거야. 이런 식으로 사람 매장시키려는 짓, 절대 가만 안 둬."

백결의 침착하지만 단호한 대응에, 채령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고마워. 혼자였으면 진짜 무너졌을 것 같아."

"혼자 아니야. 내가 있잖아."

백결이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으며 말했다. 채령은 그 품 안에서,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

"…근데 결아, 만약 이게 진짜 밝혀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반드시 밝혀낼 거야. 채령이가 잘못한 거 없다는 거, 내가 끝까지 증명할 테니까."

백결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채령은 눈물이 핑 도는 걸 느끼며 그의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같은 시각,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제갈도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의 앞으로, 유설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울렸다.

"…효과 있는 것 같아?"

유설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어. 벌써 회사 전체에 소문 다 퍼졌더라고. 근데 백결 쪽에서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

"괜찮아. 원본 시점을 조작해뒀으니까, 쉽게 반박 못 할 거야."

제갈도진의 담담한 대답에, 유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근데 도진아, 이거 만약 나중에 들통나면 우리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들통날 일 없어. 완벽하게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지켜보기만 해."

"…좋아. 이 정도면, 저 여자도 슬슬 지치겠지."

유설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죄책감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근데 이걸로 부족하면, 다음 수는 뭐야?"

"그건 상황 봐가면서. 일단은 이걸로 얼마나 흔들리는지 지켜보자고."

제갈도진의 여유로운 대답에, 유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채령을 향한 적의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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