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진의 위험한 낌새를 눈치챈 이율은, 차유진에게 그의 동태를 밀착 감시하도록 명했다. 동시에 강현묵은 조정에 올릴 상소를 준비하며 마지막 증거들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문제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늙은 중개인의 증언과 인신매매 서찰만으로는, 위가 가주의 위증죄를 완전히 입증하기엔 부족했다. 재판 당시 실제로 위증이 이루어지는 걸 지켜본 목격자가 필요했다.
"그 재판에 참석했던 서기관이 아직 살아 있을 겁니다."
차유진이 오래된 기록을 뒤진 끝에 찾아낸 실마리였다. 문제는 그 서기관이 이미 오래전 낙향해 종적을 감췄다는 점이었다.
한편 백무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인멸하기 위해 은밀히 사람을 풀었다. 낙향한 서기관을 찾아 입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돈으로 매수하든, 협박을 하든, 아니면 더 극단적인 방법을 쓰든 — 수단을 가리지 않을 셈이었다.
차유진과 백무진 측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서기관의 행방을 좇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지방 곳곳의 객잔과 마을을 이 잡듯이 뒤지는 며칠이 이어졌다. 한 발짝만 늦었어도 영영 놓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며칠간의 첩보전 끝에, 차유진이 근소한 차이로 먼저 서기관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백무진 측 사람들이 그 마을에 당도했을 땐, 이미 서기관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진 뒤였다.
"이미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숨길 이유가 없지요."
늙은 서기관은 담담히 그날의 진실을 털어놓았다. 위가 가주가 재판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도록 백무진의 아버지가 뒤에서 조종했다는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오간 뇌물의 구체적인 내역까지. 오랜 세월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으로 남아 있던 이야기인 듯, 그는 오히려 후련한 얼굴로 모든 걸 털어놓았다.
"그날 그 재판정에서,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위가 가주가 미리 준비해온 문서를 읽어 내려가는 걸요. 누군가 대신 써준 게 분명한 진술이었습니다."
차유진은 그 증언을 하나하나 문서로 기록하며, 서기관의 수결까지 받아냈다. 이제 그 어떤 반박도 통하지 않을 확고한 물증이 완성된 셈이었다. 이로써 결정적인 증거가 완성되었다. 강현묵은 그 즉시 조정에 정식으로 상소를 올렸다.
한편 뒤늦게 서기관을 놓친 걸 알게 된 백무진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직감했다.
"이렇게 순순히 당할 수는 없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조정의 몇몇 대신들에게 은밀히 손을 뻗어 사건을 무마하려 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 있었다. 강현묵과 이율 쪽에서 미리 손써둔 인맥과 명분이, 백무진의 마지막 발버둥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가 접촉한 대신들조차, 이미 기울어진 판세를 눈치채고 하나둘 발을 빼기 시작했다.
결국 조정은 위가 가주를 하옥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백무진을 향한 의심의 시선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한때 그의 곁에 몰려들던 사람들도, 이제는 하나둘 등을 돌리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백무진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선택했다. 이율에게 직접 결투를 청하는 것. 적어도 그 마지막 순간만큼은, 스스로 정한 방식으로 끝내고 싶었다.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모든 걸 잃어가는 와중에 그에게 남은 건 오직 그 자존심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