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복수하려 했는데, 사랑에 빠져버렸다

17화 · 전체 30

남가온의 계략

글 · 힐링아무

남가온은 백무진과의 만남 이후, 조용히 판을 짜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말라던 그의 말대로,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척 왕부를 드나들며 때를 기다렸다. 직접 나서서 소문을 퍼뜨리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대신, 이미 존재하는 사실 하나를 슬쩍 부풀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가온은 우연을 가장해 서연의 몸종을 불러들였다.

"요즘 부인께서 유 무사님과 자주 마주치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몸종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끔 마당에서 뵙곤 하십니다.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시는 걸 몇 번 봤습니다."

"그렇구나. 별일은 아니겠지만…."

남가온은 말끝을 흐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몸종은 그 미묘한 뉘앙스를 눈치채지 못한 채 물러갔다.

며칠 뒤, 왕부 안에 은근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왕야의 부인이 유재하라는 무사와 각별한 사이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뒷말이었지만, 입을 타고 돌수록 점점 살이 붙어갔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이 유독 자주 마주치시더라고."

"위가 출신이라 그런지, 처신이 영 신중치 못하신 듯."

이런 말들이 하인들 사이에서 은밀히 오갔다. 한서윤의 귀에까지 그 소문이 들어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왕야,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서윤이 굳은 얼굴로 이율을 찾았다.

"근래 왕부 안에 좋지 않은 소문이 돕니다. 부인과 유 무사 사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율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근거 없는 뒷말이다."

"저도 그리 믿고 싶습니다만, 하인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라면 좌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왕부의 체면과도 직결된 문제니까요. 더구나 요즘 백무진 공자까지 부인께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 소문이 그자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한서윤의 말에는 냉철한 계산이 담겨 있었다. 이율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낮에 유재하와 나란히 걷던 서연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별일 아니라 여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이율은 평소보다 날카로운 얼굴로 서연의 처소를 찾았다.

"유 무사와는 어떤 사이인가."

뜬금없는 물음에 서연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저 몇 번 마주쳐 인사를 나눈 정도입니다. 어인 일로 그런 걸 물으십니까."

"근래 왕부에 그런 소문이 돈다."

서연의 얼굴이 굳었다. 억울함과 당혹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저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알고 있다. 다만, 근거를 확인해야 했다."

이율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서연은 그 안에 미묘하게 남은 의심의 흔적을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부정해도, 한번 심어진 소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법이었다.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서연의 물음에 이율은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저었다.

"믿는다. 다만 이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그대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유 무사님을 아예 마주치지 말라 하시겠습니까?"

서연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묻어났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소문 하나로 마치 죄인 취급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런 뜻이 아니다. 다만 당분간은 좀 더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뜻이다."

이율의 말에 서연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대답은 순순했지만, 서연의 마음속에는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이런 판을 짰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남가온은, 자신의 처소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공자님 말씀대로였습니다. 굳이 크게 손을 쓸 것도 없이, 작은 소문 하나로도 충분히 흔들리는군요."

남가온은 혼잣말처럼 되뇌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작에 불과하다.'

작은 균열 하나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에 씨앗은 이미 심어진 셈이었다. 이제 그 씨앗이 자라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그 씨앗이 무르익을 즈음, 백무진과 함께 준비해둔 다음 수를 던지면 될 일이었다.

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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