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복수하려 했는데, 사랑에 빠져버렸다

15화 · 전체 30

다시, 오해

글 · 힐링아무

백무진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왕부 안에는 미묘한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조정 일을 논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 속내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날도 백무진이 조정 일을 핑계로 왕부를 찾았다. 해온은 애써 예의를 갖춰 그를 대했지만, 지나치게 매몰차게 굴었다가는 오히려 불필요한 마찰을 부를까 조심스러웠다. 강씨 왕부와 백무진 사이의 미묘한 정치적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부인, 지난번 드린 말씀은 곰곰이 생각해보셨는지요."

백무진이 은근한 미소로 물었다. 해온은 단호히 선을 그으려 했지만, 최대한 예를 잃지 않으려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공자님의 후의는 감사하나, 저는 이미 왕야의 사람입니다. 부디 헤아려주십시오."

부드럽지만 분명한 거절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 자리를 지나던 이율의 눈에는, 두 사람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이 들어왔다. 이율은 그 자리에 다가서지 않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가슴 한구석에서 서늘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저리 웃으며 받아주다니.'

그날 밤, 이율은 냉랭한 얼굴로 해온을 찾았다.

"백무진과 그리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사이였나."

해온은 뜻밖의 추궁에 당황했다.

"다정하다니요. 저는 그저 예를 갖춰 거절했을 뿐입니다."

"거절이라기엔, 꽤 부드러워 보이던데."

이율의 말투에 날이 서 있었다. 해온은 억울함에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매몰차게 굴면, 그자와 왕부 사이에 괜한 마찰이 생길까 조심스러웠던 것뿐입니다. 어찌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십니까."

"…"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이율은 그 물음에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이 감정이 이성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백무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이름이었고, 그 앞에서 태연한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다."

이율은 그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해온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삼켰다.

이튿날, 한서윤이 그날의 대화 내용을 전해 듣고 이율을 찾았다.

"왕야, 어제 부인께서 백 공자에게 하신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상당히 단호하게 거절하셨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백 공자 쪽에서 무안해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율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 판단력이 이렇게까지 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그날 저녁, 이율은 다시 별채를 찾았다.

"…어제는 내가 잘못 판단했다."

해온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대의 진심을 의심할 자격이, 애초에 나에게 없었는데."

이율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후회가 묻어났다. 해온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괜찮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먼저 물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하겠다."

이율은 짧게 답하며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아직은 완전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틈을 메워가려는 노력만은 진심이었다.

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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