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현은 태겸의 처소를 찾았다. 형식적인 안부 인사를 가장한 방문이었다.
"감히 폐하의 것에 손을 대려 하느냐."
태겸이 술잔을 기울이다 멈추고, 낮게 웃었다.
"그건 형님도 같지 않습니까."
이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나는 그 아이의 상처를 봐준 것뿐이다."
"정말 그것뿐입니까?"
태겸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이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아버지는 밤일 할 힘도 없으시고."
태겸이 술잔을 이현 앞으로 슬쩍 밀었다.
"형님과 제가 사이좋게 취하는 건 어떨까요."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현은 잔을 밀어내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런 말은 삼가라."
"왜요. 어차피 이름뿐인 주인 아래, 진짜 주인 자리 하나쯤 남는데."
태겸이 낮게 웃으며 술잔을 도로 가져갔다.
"형님이 먼저 그 자리를 탐내신 게 아니었습니까."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부정할 명분이 없었다.
"태겸."
"걱정 마십시오, 형님. 굳이 다툴 필요 있습니까."
태겸이 잔을 비우며 여유롭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로, 진짜 속내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나눠 가질 생각 따위, 처음부터 없었다.*
돌아서는 이현의 얼굴엔, 처음으로 억누르기 힘든 초조함이 스쳐 있었다.
*이대로는, 명분에서 밀린다.*
09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