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10화 · 전체 40

조급함

글 · 힐링아무

그날 밤, 이현은 예고 없이 서리의 처소를 찾았다.

늦은 시각이었다. 서리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하, 이 시각에 어찌…"

이현은 대답 대신 성큼 다가와 서리의 팔을 붙잡았다. 평소와 다른 조급함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오늘부터 밤에는 문을 걸어 잠가라. 내가 부르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열어주지 마라."

"저하?"

"태겸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현은 서리를 벽 쪽으로 몰듯 다가섰다. 손이 서리의 뒷목을 감싸 쥐었다. 조심스러웠던 평소와 달리, 손끝에 힘이 실려 있었다.

"그자가 네게 손대는 걸,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

"…저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내 것에 손대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현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서리는 숨을 멈췄다. 다음 순간, 입술이 완전히 겹쳐졌다.

"저, 저하—"

서리가 밀어내려 했지만, 이현의 손이 더 강하게 허리를 끌어당겼다.

"오늘은, 물러서지 않겠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서리는 벽에 등을 붙인 채, 그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손도, 이 몸도—"

이현이 서리의 옷깃을 풀어헤치며 낮게 속삭였다.

"이제 내 것이다."

촛불이 흔들리다, 이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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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있었던 일을, 서리는 다음 날 아침까지도 실감하지 못했다.

몸 곳곳에 남은 흔적과, 밤새 놓아주지 않던 손길의 잔상만이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말해주었다. 이현은 새벽녘 조용히 처소를 떠났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서리는 헝클어진 이불을 그러쥐며, 처음으로 두려움과는 다른 감정에 사로잡혔다.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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