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08화 · 전체 40

균열의 시작

글 · 힐링아무

이현이 다시 서리를 찾은 건, 이틀 뒤 밤이었다.

"손목을 보여다오."

서리는 흠칫했다. 소매 속에 감춰두었던 멍 자국을, 이현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어찌 아셨습니까."

"궁 안에 눈과 귀가 나만 있는 줄 아느냐."

이현이 서리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옅게 남은 멍 자국 위로 손끝이 스쳤다. 그 손길이, 처음으로 거칠게 느껴졌다.

"2황자가 다녀갔다지."

부정할 수 없었다. 서리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물리쳤어야 했는데."

"네 잘못이 아니다."

이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멍 자국을 쥔 손끝에 미세한 힘이 실렸다. 아프지 않을 만큼, 하지만 분명한 감정이 담긴 힘이었다.

"그자가 다시 손을 대면."

이현이 서리의 손목을 들어, 자신의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상처 위에 입을 맞추듯, 아주 가볍게 스쳤다.

"내게 먼저 알려라."

서리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손목에 닿은 입술의 감촉보다, 그 말속에 담긴 소유욕에 더 놀랐다. 계산된 다정함이라 여겼던 이현의 태도에서, 처음으로 다른 색이 비쳤다.

"저하…"

"네가 다치는 걸,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

이현은 그렇게 말하며 서리를 품 안으로 가만히 끌어당겼다. 심장 소리가 서로에게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서리는 그 품 안에서,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이현의 눈빛은, 서리의 어깨 너머 어딘가—태겸이 있을 방향을 향해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채로.

0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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