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06화 · 전체 40

첫 번째 거래

글 · 힐링아무

며칠 뒤, 서리는 처음으로 이현이 부탁한 일을 해냈다.

황제의 침전을 정리하던 중, 태의가 두고 간 처방전 한 장을 몰래 옮겨 적었다. 손이 떨렸다. 발각되면 목이 달아날 일이었다.

그날 밤, 이현이 다시 찾아왔다. 서리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건넸다.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이현은 종이를 받으며, 서리의 손을 살짝 감쌌다. 종이를 건네받는 데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오래.

"잘했다."

짧은 칭찬이었지만, 서리의 가슴은 이상하게 벅차올랐다. 이현의 손은 여전히 서리의 손 위에 머물러 있었다.

"어째서 이런 걸 필요로 하시는 겁니까?"

서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현은 대답 대신, 다른 손으로 서리의 어깨에 남은 상처 자국을 매만졌다. 옷 위로도 만져지는 흉터의 감촉을, 손끝으로 천천히 따라갔다.

"폐하께서 진짜로 편찮으신 건지, 아니면 누군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건지… 알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 말에 서리는 숨이 막혔다.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의심이었다.

"그건, 역모에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저하."

"그래서 너에게만 말하는 것이다."

이현이 서리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이마가 닿을 듯 가까운 거리. 그 눈빛에는 신뢰라기보다, 공범을 만드는 자의 계산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서리는 그것을 읽어낼 만큼 아직 영리하지 못했다.

"믿어도 되겠느냐, 서리."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낮게 귓가를 울렸다. 서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하."

그 대답과 함께, 이현의 입술이 서리의 이마에 짧게 닿았다 떨어졌다. 계산인지 진심인지 구별할 수 없는 입맞춤이었다. 서리는 완전히 이현의 손안에 들어왔다. 스스로는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0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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