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05화 · 전체 40

쓸모

글 · 힐링아무

그 후로 이현은 종종 서리를 찾아왔다. 시간도, 장소도 늘 은밀했다. 그리고 찾아올 때마다, 늘 약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리 와 앉아라."

서리는 익숙하게 옷깃을 젖혔다. 상처가 아물어갈수록, 이현의 손길은 오히려 더 오래 머물렀다.

"폐하의 상태는 어떠하시냐."

이현의 물음은 늘 다정한 말투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황제의 근황으로 흘러갔다. 손끝은 여전히 서리의 어깨를 매만지고 있었다. 서리는 그것이 단순한 안부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다.

"오늘도 기침이 잦으셨습니다. 태의가 다녀갔으나… 차도는 없어 보였습니다."

"태의가 남긴 처방은 보았느냐?"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상궁의 말로는—"

"그 상궁의 이름을 기억해두어라."

서리는 순간 멈칫했다. 이현의 손이 서리의 턱을 가만히 들어 올려, 눈을 마주치게 했다.

"저하, 혹 무언가를 찾고 계신 겁니까?"

이현은 잠시 침묵했다. 턱을 쥔 손끝에 미세한 힘이 실렸다. 아프지 않을 만큼, 하지만 벗어날 수 없을 만큼.

"폐하의 곁을 지키는 이가, 나에게는 아무도 없다. 네가 그 눈과 귀가 되어줄 수 있겠느냐."

솔직한 말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서리는 잠시 흔들렸다. 이용당하는 걸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현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쓸모"가 아닌 무언가를 약속하듯 덧붙였다.

"대신, 네가 다치는 일은 없게 하겠다."

그 말과 함께, 이현의 엄지가 서리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스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리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저하."

서리는 그렇게 대답했다. 자신이 방금 위험한 거래에 발을 들였다는 것도, 그 손끝의 감촉이 오래도록 남으리라는 것도 모른 채. 이현은 옅게 웃으며 손을 거뒀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진짜 표정은, 서리에게 보이지 않았다.

0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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