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서리는 처음으로 매질을 당했다. 황제가 밤새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회초리가 어깨에 떨어질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신음을 삼키는 법은, 노비 시절 이미 익혀둔 터였다. 의식이 끝나고 홀로 처소로 돌아가는 길, 회랑 모퉁이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현이었다.
"괜찮으냐."
서리는 놀라 걸음을 멈췄다. 지난번 마주쳤을 땐 눈길조차 주지 않던 사람이었다.
"저하께서 어찌 이곳에…"
"지나가던 길이다."
거짓말이라는 걸, 서리도 어렴풋이 느꼈다. 이현은 대답 대신 서리를 처소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옷을 벗어라."
서리는 순간 굳었다. 하지만 거역할 처지가 아니었다. 옷깃을 젖히자, 어깨 위로 붉게 부어오른 매 자국이 드러났다. 이현의 손끝이 상처 위에 조심스레 약을 발랐다. 차가운 약과 대비되는 손끝의 온기에, 서리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아프냐."
"…괜찮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손끝이 닿을 때마다 상처보다 더 낯선 감각이 온몸에 번졌다. 이현은 천천히, 상처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짚어가며 약을 발라주었다. 그 손길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서리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공작가에서 자랐다면, 이런 대접은 처음이겠구나."
"…익숙해져야 할 일입니다."
"익숙해질 필요 없다."
단호한 말투에 서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마주친 눈빛은 여전히 절제되어 있었지만, 처음 보는 온기가 살짝 스쳐 있었다. 약을 다 바른 후에도, 이현의 손은 한참을 서리의 어깨 위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리는 자신의 어깨 위 손의 무게를 의식하며, 뿌리쳐야 한다는 생각과 뿌리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렸다.
"앞으로 종종 살펴보마."
이현은 그제야 손을 거두고 자리를 떠났다. 서리는 여전히 온기가 남은 어깨를 감싸 쥐며, 처음으로 이 황궁 안에 작은 온기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