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식 날,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대전 앞뜰엔 문무백관이 도열했고, 그 중심에 이현이 곤룡포를 입고 섰다. 예관이 옥새를 건네는 순간, 오랜 세월 억눌러온 감정이 이현의 눈빛에 스쳤다.
"신 이현, 하늘과 조상, 그리고 이 나라의 백성 앞에 맹세하옵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대전 앞뜰에 울려 퍼졌다.
"다시는 사욕으로 무고한 이를 해하지 않을 것이며, 폭정으로 백성을 저버리지 않을 것을 맹세하옵니다."
문무백관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만세!"
우렁찬 함성이 궁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즉위식 뒤편, 재상의 관복을 입은 서리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가장 천한 자리에서 매질을 당하던 자신이,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 중 하나에 서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낯설었다.
의식이 끝난 후, 이현—이제는 황제가 된 그가 서리에게 다가왔다.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둘 사이엔 예를 갖춘 거리가 있었다.
"재상은 오늘부로, 짐의 곁에서 국정을 함께할 것이오."
"신, 목숨을 다해 보필하겠나이다."
서리가 예를 갖춰 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만은, 그 어떤 격식보다 깊은 것을 나누고 있었다.
그날 밤, 모든 의식이 끝난 후에야 두 사람은 비로소 단둘이 마주할 수 있었다.
"드디어, 끝났구나."
이현이 서리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폐하."
"공적인 자리에서만 그리 불러라."
이현이 옅게 웃으며 서리의 이마에 이마를 맞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현."
서리가 먼저 그 이름을 불렀다. 이현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래. 그렇게 불러다오, 언제까지나."
두 사람은 오랜 고난 끝에 마주한 서로를 끌어안으며, 처음으로 완전한 평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