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40화 · 전체 40

에필로그 · 몇 해 후

글 · 힐링아무

즉위한 지 삼 년,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황제 이현의 치세 아래, 백성들의 삶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조세는 공정해졌고, 억울한 누명으로 목숨을 잃는 이도 사라졌다. 조정에서는 재상 서리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오르내렸다—공정하고 냉철하면서도, 백성의 고초를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는 인물이라는 평이었다.

그날도 서리는 늦은 밤까지 정무를 살피고 있었다.

"아직도 퇴청하지 않았느냐."

이현이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서며 물었다.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진 얼굴이었다.

"변방에서 올라온 상소가 있어서요."

서리가 서류를 정리하며 답했다. 이현이 다가와 서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태겸에게서 온 것이냐?"

"예. 이번엔 국경 방비에 관한 훌륭한 계책을 올렸더군요."

몇 해간 변방에서 공을 쌓아온 태겸은, 이제 조정에서도 인정받는 장수가 되어 있었다. 서리를 향한 죄를 완전히 씻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스스로 택한 길에서 묵묵히 나아가고 있었다.

"돌아오고 싶어 하는 눈치던가."

"아직은, 그런 내색은 없었습니다."

이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더는 그 얘기를 잇지 않았다. 대신 서리의 손에서 서류를 가만히 빼앗아 내려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라."

"폐하—"

"이현."

이현이 정정하듯 낮게 웃으며 서리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궁궐의 밤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액받이로 이 궁에 처음 들어오던 밤을, 아직도 기억하느냐."

"어찌 잊겠습니까."

서리가 옅게 웃으며 이현의 품에 몸을 기댔다.

"그땐 이 자리에 이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나 역시, 그때는 몰랐다."

이현이 서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나직이 속삭였다.

"내가 이토록,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랜 고난 끝에 찾아온 평온 속에서 오래도록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 끝 -**

40화 끝

《액받이》 마지막 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