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38화 · 전체 40

자격

글 · 힐링아무

서리를 재상에 앉히겠다는 뜻을 밝히자, 조정은 즉시 술렁였다.

"저하, 아무리 그래도 액받이 출신을 재상 자리에 앉히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한 노대신이 정색하며 반대했다. 몇몇이 그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은 침착하게 반박했다.

"그는 액받이이기 전에, 공작가의 적통 삼남이었소."

대전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공작가가 역모로 몰린 것 자체가, 황후의 조작이었다는 것은 이미 이 자리에서 밝혀진 사실이오. 그렇다면 그 가문의 자손에게 씌워졌던 오명 또한, 마땅히 함께 벗겨져야 하지 않겠소?"

병부상서가 거들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공작가는 본디 학문과 충심으로 이름 높던 가문. 그 자제라면 재상의 자질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하나 실제로 자질을 검증한 바가 없지 않습니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대신도 있었다.

"그렇다면 시험해보시오."

이현이 서리를 향해 눈짓하며 말했다. 서리가 앞으로 나섰다.

그날, 대신들은 서리에게 국정 현안에 대한 견해를 묻고, 경서의 구절을 논하게 했다. 서리는 어릴 적부터 익힌 학문을 바탕으로, 침착하고 논리 정연하게 답했다. 특히 백성을 다스리는 법도에 대한 견해에서는, 몇몇 노대신들조차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과연, 공작가의 핏줄이 헛되지 않았군요."

반대하던 대신들도 하나둘 수긍하기 시작했다. 이현은 그런 서리를 지켜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격을 증명해 보이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논의 끝에, 서리의 재상 임명은 만장일치까지는 아니었지만, 반대할 명분을 잃은 대신들의 묵인 속에 확정되었다.

그날 밤, 처소로 돌아온 서리에게 이현이 다가와 손을 잡았다.

"오늘, 정말 잘해냈다."

"저하께서 기회를 주신 덕분입니다."

"아니다."

이현이 고개를 저으며 서리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온전히 네 힘으로 해낸 것이다."

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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