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37화 · 전체 40

남겨진 자

글 · 힐링아무

며칠 뒤, 조정에서는 태겸의 처우를 두고 논의가 오갔다.

"2황자 또한 황후마마와 뜻을 함께했던 자입니다. 마땅히 죄를 물어야 합니다."

몇몇 대신들이 강경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현은 고개를 저었다.

"태겸은 뒤늦게나마 내게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주었소. 그 공을 무시할 수는 없소."

"하오나 저하…"

"작위는 그대로 둘 것이오. 다만 변방으로 보내, 그곳에서 수년간 공을 세우게 하겠소. 그리한 뒤에야, 다시 도성에 발을 들일 자격을 논할 수 있을 것이오."

이현의 결정에, 대신들도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태겸은, 짐을 꾸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작위는 남겨두고, 변방에서 증명하라… 끝까지 관대한 척은."

원망도, 감사도 아닌 복잡한 감정이었다. 몇 년이 걸리든,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끝내 서리에게 사죄의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조용히 도성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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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정은 빠르게 새로운 체제를 정비해갔다. 황제와 황후는 별궁에 유폐된 채 폐위 절차를 밟았고, 대신들은 이현을 새 황제로 추대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즉위식을 앞둔 어느 밤, 이현은 서리와 함께 궁 안 조용한 정원을 거닐었다.

"곧 즉위식이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서리가 옅게 웃으며 답했다. 이현이 걸음을 멈추고 서리를 마주 보았다.

"서리야."

"예, 저하."

"즉위 후, 네게 재상의 자리를 내리려 한다."

서리는 놀란 눈으로 이현을 바라보았다.

"제가… 그런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겠습니까?"

"자격은 내가 정한다."

이현이 서리의 손을 잡으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내 곁에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서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액받이로 끌려와 가장 천한 자리에 있던 자신이,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 중 하나에 서게 될 참이었다.

"저하…"

"이제 그 호칭도 곧 바뀔 것이다."

이현이 서리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나직이 속삭였다.

"다른 이들 앞에서는 폐하라 불러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단둘이 있을 때는—"

그가 서리의 귓가에 낮게 말했다.

"이현이라, 이름으로 불러다오."

오직 서리에게만 허락된 이름이었다. 두 사람은 달빛 아래, 오랜 시간 서로를 끌어안은 채 서 있었다.

3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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