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은신처는 성 안 병부상서의 별채였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조참이 열릴 대전과 가까운 곳이었다. 이현은 마지막으로 증거들을 점검했다. 태의원 기록, 조작의 흔적, 그리고 공작가 몰살 당시의 진상을 아는 옛 관리의 증언서까지—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밝혀진다."
이현의 목소리엔 긴장과 결의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서리는 그 곁에서 조용히 이현을 바라보았다.
"저하, 만약 실패한다면…"
"실패하지 않는다."
이현이 단호하게 답했지만, 이내 표정을 풀며 서리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만약 그리된다면, 너는 병부상서의 도움을 받아 국경 밖으로 피신해라. 이미 손을 써두었다."
"저하 없이 저 혼자 살아남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 없는 게 아니다."
이현이 서리의 얼굴을 감싸며 눈을 마주쳤다.
"네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내게는 의미다."
서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현은 그런 서리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일, 반드시 끝을 낼 것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대전 쪽에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일의 조참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제도, 황후도, 아직 다가올 폭풍을 알지 못했다. 서리는 이현의 품 안에서 잠들지 못한 채,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내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멀리서, 새벽을 알리는 첫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34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