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에서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이현은 매일 밤 대신들과 은밀히 연통을 주고받으며 계획을 다듬었다. 서리는 그 곁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때로는 직접 심부름을 다니기도 했다. 사흘째 되던 밤, 병부상서가 다급히 은신처를 찾았다.
"저하, 황후마마 쪽에서 저하의 은신처를 쫓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이현의 표정이 굳었다.
"얼마나 가까워졌소?"
"아직 정확한 위치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듯하나,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조참까지 이틀 남았소.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이현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서리는 그 목소리에 담긴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그날 밤, 뜻밖의 손님이 은신처를 찾았다. 태겸이었다.
심복들이 순식간에 그를 에워쌌지만, 태겸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적의가 없음을 표했다.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형님."
이현이 경계한 눈빛으로 태겸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찌 알았느냐."
"어머니보다 먼저 알아냈을 뿐입니다."
태겸이 씁쓸하게 웃었다.
"어머니 쪽에서 곧 이곳을 찾아낼 겁니다. 서둘러 자리를 옮기셔야 합니다."
서리는 놀란 눈으로 태겸을 바라보았다. 그가 정보를 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고하러 온 것이었다.
"어째서 우리를 돕는 것이냐."
이현의 물음에, 태겸은 잠시 침묵하다 낮게 답했다.
"돕는 게 아닙니다. 그저—"
태겸의 시선이 서리에게 잠시 머물렀다.
"제가 저지른 죄만큼은, 더 키우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그 말을 남기고 태겸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현과 서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둘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틀. 이틀만 버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