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부상서가 마련한 은신처는 성 외곽의 낡은 별채였다. 겉보기엔 버려진 곳 같았지만, 안쪽은 이미 거사를 준비하는 이들로 분주했다.
"저하, 이곳이라면 당분간 안전할 것입니다."
병부상서가 조심스레 고했다. 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금군이 우릴 쫓고 있으니, 오래 지체할 수는 없소. 계획을 앞당겨야 하오."
"이미 대신들 태반이 뜻을 모았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한 방—폐하와 황후마마의 죄를 만천하에 드러낼 자리가 필요합니다."
"조참이 좋겠소. 모든 대신이 모이는 자리에서, 증거를 공개하겠소."
이현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닷새 후 조참이 있습니다. 그때를 노리시겠습니까."
"그렇소."
계획을 정리한 후, 병부상서와 심복들이 물러가자 방 안엔 이현과 서리만 남았다. 낡은 방 안, 희미한 등불 아래 서리는 목함을 꼭 끌어안은 채 앉아 있었다. 이현이 다가와 조심스레 그 손을 풀어주었다.
"이제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
서리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몸을 떨었다. 이현이 서리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닷새 뒤면,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겠구나."
"두렵지 않으십니까."
"두렵다. 하지만—"
이현이 서리의 이마에 이마를 맞댔다.
"네가 곁에 있으니, 견딜 수 있다."
서리는 그 말에 눈을 감았다. 위태로운 밤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이현의 품 안에서 안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밤,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조용히 서로에게 기댔다. 닷새 후, 모든 것을 건 조참이 다가오고 있었다.
32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