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는 최근 조정 대신들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달라졌음을 느꼈다. 평소라면 자신의 눈치를 살피던 이들이, 요즘 들어 묘하게 거리를 두고 있었다. 병부상서를 비롯한 몇몇은 눈조차 잘 마주치지 않았다.
"요즘 조정 분위기가 심상치 않구나."
황후가 상궁에게 낮게 물었다.
"소인도 이상하다 느꼈습니다. 몇몇 대신들이 삼황자궁을 은밀히 드나든다는 소문도 있사옵니다."
황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이현이… 벌써 사람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냐."
"확실치는 않으나,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황후는 잠시 침묵하다, 찻잔을 강하게 내려놓았다.
"태겸에게 더 캐물어라. 그 아이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같은 시각, 태겸은 자신의 처소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심복이 알아 온 소식—이현이 조정 대신들과 은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도, 그는 선뜻 어머니에게 고하지 못했다.
*형님이 정말 반역을 도모한다면.*
태겸의 손이 술잔을 쥔 채 떨렸다. 아버지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날 밤, 결박된 채 무력하게 서리가 당하는 걸 지켜봐야 했던 이현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든 상황이나 다름없다.*
처음으로, 태겸의 마음속에 낯선 감정이 스쳤다—죄책감이었다.
그날 밤, 황후궁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마마께서 부르십니다. 지금 당장."
태겸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선택해야 할 시간이 온 건가.*
28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