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서리는 며칠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현이 매일 찾아왔지만, 서리는 그를 볼 때마다 몸이 굳었다. 이현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날의 기억이 이현의 얼굴과 겹쳐 떠올랐다.
"서리야."
이현이 조심스레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서리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 반응에, 이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미안하다."
이현은 손을 거두고, 대신 서리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만지지 않으마. 그저, 곁에 있고 싶을 뿐이다."
서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그마저도 흘릴 힘이 없었다. 며칠이 더 지나서야, 서리는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하께서… 결박당하신 채로 보셨다는 게, 자꾸 떠오릅니다."
"그 일은 잊어라."
"저하는 잊으실 수 있으십니까?"
이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서리의 손을 아주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하듯 잡았다. 서리가 뿌리치지 않자, 그제야 손끝에 힘을 주었다.
"잊지 못해도, 견뎌낼 수는 있다. 함께라면."
서리는 그 말에 처음으로 옅게 웃었다. 아직은 온전하지 않은 웃음이었지만.
"저하는 여전히, 제 곁에 계실 겁니까?"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이현이 서리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술을 눌렀다. 예전처럼 소유욕이 아닌, 오직 위로만 담긴 입맞춤이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서리는 이현의 품 안에서 깊이 잠들었다.
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다.
26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