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전 안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황제는 이현을 노려보다, 이내 낮게 웃음을 흘렸다.
"재밌구나. 어미를 잃고 늘 죽은 듯 지내던 네가, 겨우 액받이 하나 때문에 이리 나서다니."
"폐하, 그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벌하시려면 저를—"
"벌은 내가 정한다."
황제가 손짓하자, 대기하던 자들이 이현의 양팔을 붙잡았다. 이현이 저항했지만, 여럿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현을 결박해 그 자리에 앉혀라."
"폐하!"
"보아라, 이현."
황제가 몸을 일으키며 서리에게 다가갔다. 서리는 뒷걸음질 쳤지만, 곧 벽에 등이 닿았다.
"네가 그리 아끼는 것이,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지."
"폐하, 제발—"
이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결박된 손목에서 피가 배어 나올 만큼 힘을 주었지만, 몸은 꼼짝할 수 없었다.
"똑똑히 보아라."
황제가 서리의 옷깃을 거칠게 붙잡으며 낮게 웃었다.
"짐의 것을 함부로 탐낸 대가가 무엇인지."
촛불이 흔들렸다. 이현은 눈을 감지 못했다. 감을 수도, 돌릴 수도 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결박된 채로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
그날 밤 이후, 이현은 사흘간 별궁에 유폐되었다.
풀려난 날, 이현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절제도, 계산도 없는 것—오직 하나의 목표만 남은 눈이었다. 처소로 달려간 이현은, 넋이 나간 듯 앉아 있는 서리를 발견했다. 아무 말 없이 끌어안았다. 서리는 그 품 안에서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이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반드시 저 자리를 가져오겠다."
서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이현의 옷깃을 힘없이 그러쥘 뿐이었다.
*이제, 돌이킬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