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겸이 몰래 황제를 찾은 건, 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다.
"폐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침전에 든 태겸은, 이현이 태의원 기록을 파헤치고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레 고했다. 자신의 잘못은 쏙 빼놓은 채였다.
"이현이… 감히."
황제의 눈빛이 탁하게 흔들렸다. 몸은 쇠약했지만, 권력을 향한 촉만은 여전히 예민했다.
"그 아이가 어찌 그런 생각을 했을꼬."
"액받이를 이용한 듯합니다. 그자에게 정보를 캐게 시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액받이. 그 말에 황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자신이 밤마다 불러들이는 그 아이가, 다른 아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건드렸다.
"짐의 것을 함부로 이용해?"
황제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였다. 흥미롭게도, 그 분노는 이현을 향한 경계심보다 서리를 향한 소유욕에 더 가까웠다.
"그 아이를 다시 불러들여라. 오늘 밤."
"폐하, 지금은 몸이…"
"닥쳐라. 짐의 것에 손을 댄 죄를, 직접 물을 것이다."
태겸은 순간 흠칫했다. 상황이 자신이 원하던 방향과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현을 견제하려던 것이었지, 서리가 위험해지는 걸 바란 건 아니었다—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싶었던 것이지, 아버지의 손에 넘기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날 밤, 서리는 다시 침전으로 불려갔다. 이번엔 평소와 다른 살기 어린 부름이었다.
*폐하께서, 무언가 알아채신 것일까.*
2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