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서리는 이현에게 전할 서찰을 품에 넣고 처소를 나섰다.
익숙한 길이었다. 태의원 근처, 인적이 드문 회랑을 지나던 중,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다. 이현이 붙여준 궁녀 중 한 명, 려원이었다.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려원이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왔다. 늘 조용히 곁을 지키던 이였기에, 서리는 별다른 경계 없이 걸음을 늦췄다.
"저하께 전할 것이 있어서요."
"제가 대신 전해드릴까요? 이 밤에 직접 다니시는 건 위험합니다."
순간적으로, 서리는 망설였다. 려원은 이현이 직접 붙여준 사람이었다.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품속 서찰을 건네려던 손이, 문득 멈췄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전하겠습니다."
려원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서리는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려원은 예의 바르게 물러났지만, 서리의 등줄기엔 서늘한 기운이 남았다.
그날 밤, 이현에게 서찰을 전하며 서리는 조심스레 물었다.
"저하, 려원이라는 궁녀는… 언제부터 곁에 두셨습니까?"
이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 이름을 어찌 아느냐."
"오늘 마주쳤습니다. 서찰을 대신 전하겠다 하기에—"
이현은 즉시 사람을 불러 명했다.
"려원을 데려와라. 지금 당장."
서리는 이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진짜 위기감을 읽어냈다.
"저하, 설마…"
"그자는 내가 붙인 자가 아니다."
이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누군가 이미, 우리 안에 손을 뻗었다."
19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