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17화 · 전체 40

잠시의 평온

글 · 힐링아무

태겸과의 대면 이후, 이현은 곧장 서리의 처소로 향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서리는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저하…"

이현의 얼굴엔 아직 가시지 않은 냉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서리를 보는 눈빛만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많이 늦었구나. 깨어 있었느냐."

"저하를 기다렸습니다."

그 말에 이현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던 듯했다. 이현은 말없이 다가와 서리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힘주어.

"태겸에게, 확실히 경고했다."

"괜찮으십니까? 혹여 저하께 화가 미치지는—"

"내 걱정은 말고, 네 걱정이나 해라."

이현이 서리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짧지만 깊은 입맞춤이었다.

"앞으로는 내가 없을 때도, 네 곁을 지킬 이들을 더 늘리겠다."

"저하께 너무 짐이 되는 건 아닐지…"

"짐이 아니다."

이현이 서리의 뺨을 감싸며 눈을 마주했다.

"네가 무사한 것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서리는 그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용당하는 관계로 시작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라 믿고 싶었다. 이현은 그날 밤, 서리 곁에 머물렀다.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고,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밤이었다.

---

새벽이 밝기 전, 이현의 품 안에서 서리가 나직이 물었다.

"저하는… 언젠가 황제가 되고 싶으십니까?"

이현은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

"되어야만 한다. 너를 온전히 지키려면."

그 말 속엔, 서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더 큰 계획이 숨겨져 있었다.

17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