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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받이

13화 · 전체 40

증거

글 · 힐링아무

서리는 그사이에도 이현의 부탁대로 황제의 처방전과 태의의 왕래를 몰래 기록해왔다. 며칠간 모은 것들을 넘기며, 서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하, 이것들이 정말 황후마마를 겨눌 증거가 될 수 있습니까?"

이현은 종이를 훑으며 표정이 굳었다.

"이 처방, 원래 태의원 기록과 다르다.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다."

"그렇다면…"

"폐하의 병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리는 숨을 삼켰다. 감히 상상도 못 한 이야기였다.

"조금만 더 모으면, 황후마마의 죄를 폐하께 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현의 눈빛에 오랜만에 결의가 서렸다. 서리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그날 오후, 서리는 태의원 근처를 서성이다 태겸과 마주쳤다.

"혼자 다니다니, 간이 크구나."

태겸이 다가와 서리의 팔을 붙잡았다. 도망칠 틈도 없었다.

"놓아주십시오."

"형님이 없을 때 다니는 걸 보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군."

태겸은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서리를 후미진 처소 안으로 거칠게 끌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이제 더는 기다릴 이유가 없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오만함이 담겨 있었다.

"저하, 제발—"

서리의 애원은 곧 어둠 속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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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일을, 서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몸에 남은 흔적을 옷으로 가리며, 서리는 처음으로 완전한 무력감에 잠식당했다.

*저하께서 아시면, 안 된다.*

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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