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액받이

12화 · 전체 40

들켜버린 밤

글 · 힐링아무

문밖의 그림자는, 태겸이었다. 형의 처소를 감시하듯 뒤쫓다, 우연히 마주한 장면이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온 대화 몇 마디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태겸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처소로 돌아온 태겸은 술잔을 거칠게 내던졌다. 쨍그랑,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먼저 가졌다, 이거지."

이를 악문 목소리에 살기가 섞였다. 지금까지는 여유롭게 기다릴 생각이었다. 형의 것을 천천히 빼앗는 재미를 즐기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여유가 사라졌다.

"순서를 지키라고 경고했건만."

태겸은 깨진 잔 조각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날카로운 조각이 살갗을 살짝 베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형님이 먼저 선을 넘었으니, 나도 더는 참을 이유가 없지."

그의 머릿속에, 서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 봤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그 얼굴이, 이제는 형의 흔적이 남은 채로 자신을 스쳐 지나간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기다릴 필요 없다면."

태겸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내가 직접 데려오면 될 일이지."

그날 밤, 태겸은 은밀히 심복을 불러 명했다. 서리의 동선과 경비를 낱낱이 파악하라는 지시였다.

*곧, 형님 것이 아니게 만들어주마.*

12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